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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s

대덕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태클러 2022. 2. 15. 12:09

오늘 느낀 특징 몇가지

1. 9시 좀 전에 출근하던 직원이 8시부터 줄 서 있던 사람들을 휙 둘러보며 한 마디 던지고 갔다.
"9시 반부터 검사예요."
영하의 추위에 언 얼굴들이 술렁였다.
"9시 아니에요?"
"바뀌었어요. 오래 기다리시겠네~"
근데 정부 홈페이지는 다른 얘길 한다. 아, 오타인가? 아님 '실수'로 업데이트 안 한 건가? 그거 참 편리하다.


2. 모래주머니를 제대로 올려두지 않은 천막은 찬바람에 나부끼며 대기열의 사람들을 더욱 꽁꽁 얼리고 있었다. 직원들은 8시 40분~9시 사이에 출근하는 듯 했다.
가스 스토브를 켜러 직원이 나온 건 9시 20분 가량이 되어서였다. 매뉴얼대로겠지. 누가 누굴 위해 만든 건지 모를 매뉴얼.
스토브 중 하나가 잘 안 켜지자 직원은 다음 스토브로 넘어갔다. 50대쯤의 아저씨가 안 켜지던 스토브로 다가가 조작을 해보려 했다. 잘해야 스무살 남짓의 앳된 남자직원은 바로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건들지 마세요~!"
누가 보면 본인 물건일 줄 알겠다. 영하에서 한 시간 반을 떤 장년의 마음을 젊은이가 알 리가 없지.

3. 대덕구는 기업친화적이다. 입주 산단이 벌어주는 것이 있으니 짐작하고도 남는다.
PCR 검사 대기열 맨 앞에 서 있던 60~70대 어르신이 갑자기 큰 소리를 냈다.
"그럼 여기 사람들한테 양해를 구했어야지! 누군 안 바빠서 7시부터 서 있어? 추운데서 덜덜 떨며 기다렸는데, 무슨 특혜를 받아서 먼저 검사해?"

검사 접수 창구는 2개인데, 한 줄에는 앞서 보이지 않던 이들이 짧은 줄을 이루고 있었다. 내 차례가 다가왔을 때 곁의 안내 직원에게 물었다.
"저 줄 사람들은 뭐예요?"
"기업 소속이신데 검체가 필요한 기업들이라 따로 받으세요."
검사하는 방은 3개다. 접수 창구가 하나면 병목이 생겨 효율이 무척 낮아진다. (사실 접수 속도보다 검사 속도가 더 빠르다) 근데 그 나머지 창구는 계속 한두명씩 오는 '특권 기업 직원'을 위해 낭비되고 있었다.
그 기업이 뭔지 몰라도, 검체를 받아가는 조건이 직원 검사 편의를 봐줄 특권의 근거가 되나? 만약 어떤 시급성으로 인한 거라면, 그 회사에 검사직원을 하나 파견하면 될 일이지 않나?

대덕구의 일탈일까, 대덕구 보건소의 독자적 유착일까, 아니면 공정을 기치로 내세우곤 한 일이 뭔지 모를 5년을 낭비한 이 정부의 구린 뒷모습일까.
아픈 사람들을 줄 세워놓고 취급하는 행태에선 공공서비스가 시민을 대하는 시각이 드러난다. 2년의 지겨운 업무에 질릴만도 하겠지. 하지만 그건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세상만사가 그러하다.
그따위로 나오면, 이따위로 밖에 받아칠 수 없는 거라고.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검사 슬롯은 늘어나지 않는다. 검사의 전제 요건은 더 까다로워지고, 시간을 소비해야 하고, 처벌의 으름장은 완화되지 않았다. 고통은 피지배 시민들의 몫이다. 지금 이 시대가 그런 정부라는 게 믿기지 않지만, 그들도 변했거나, 원래 오십보백보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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