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s

이대목동병원 - 무능이 낳은 의료 과실

태클러 2021. 6. 9. 23:21

그들에게 의도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아, 유일한 의도는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의지 정도.

교수 의사의 윤허가 있어야 퇴원이 가능하다면서, 1인실에 생후 15일된 신생아를 넣어두고 이틀을 보내게 했다.

 

사실 교수 의사의 의견이 필요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도, 입원 이틀 밤을 보내고 나서 따져 묻다가 알게 된 사실이었다. 야밤에 갈 병원이 없어 응급실로 찾아갔더니, 맹한 표정의 수련의인지 인턴인지는 무슨 매뉴얼 대로 조치하는 듯 온갖 험악한 루틴을 돌렸다. 그리고선 '남은 병실은 일인실 뿐'이라며 입원하시겠느냐 물었다. 신생아 부모가 뭘 알겠나. 병원 믿고 입원했지. 그리고선 우린 그들이 아무런 의료 조치 없이 보내는 시간 속에 누워있어야 했다.

유일한 증세는 아이가 숨쉴 때 내는 가르릉 가래 소리였다. 사실 그 때문에 숨쉬기 어려워 울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잘 모르는 부모보다 더 모르는 응급실 당직에게 걸린 모양이었다. 네뷸라이져만 대고 있다가, 입원 수속을 마치고 병실에 올라가서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그들은 왜 아이가 엑스레이를 찍어야 했고(신생아의 경증 폐렴은 엑스레이로 나오지 않는다), 왜 채혈을 위해 어른 둘이 붙어 가녀린 팔을 쥐어짜야 했는지, 왜 링거를 맞고 계속 누워있어야 하는지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회진하던 수련의는 아이의 생명만 확인하는 양, 무엇이 나아지는지 나빠지는지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다.

 

이틀 밤을 보내고 일요일 오전에서야 질문한 나도 바보다. 원인이 무엇이냐. 지금 무엇을 기다리는 거냐. 그들의 대답은 간단하면서도 멍청했다.

"교수님이 오셔서 봐주셔야 합니다. 근데 월요일에 출근하세요."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거나, 책임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의사 가운은 폼이었다.

 

"그럼 월요일에 외래 진료 받으러 올께요. 퇴원시켜 주세요."

의료에 대해선 모호하더니, 책임에 대해선 단호했다.
"안 됩니다. 교수님 허가가 있어야 해요."

"그 정도로 위급하다면 오셔서 진료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월요일까지 기다릴 거라면, 월요일에 와도 되는 거잖아요. 병실에서 지금 해주는 게 뭐죠?"

그들(아마 하나는 수련의고 하나는 인턴 같았다)은 눈짓을 주고 받더니 자리를 잠시 피했다가 돌아왔다.

"교수님이 월요일에 오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보호자가 원해서 퇴원하므로 책임진다는 서약서를 쓰고 가셔야 합니다."

의대 본과 가면 이런 것부터 가르치는 건가. 치료 성공하면 제 탓, 실패하면 환자 탓 하는 그 생리가 그대로 묻어난다.

 

월요일에 택시를 타고 거길 다시 찾아간 우리도 어리석다.

"아니, 애가 감기처럼 기침할 수도 있지, 뭘 병원까지 찾아옵니까?"

 

니가 주말을 철저히 쉬는 사이 니 수족들이 그렇게 입원시켜 혹사시킨 거거든. 시킨 대로 했으면 지금까지 그 일인실에 갇혀 있었을 거고.

 

 

근데 책임소재 서약서 얘길 들었을 때 처음엔 '뭐 이런 새끼들이 다 있어? 이런 게 의사야?'라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잘 몰랐던 것 같다.

이대목동병원은 입원환자 오진이나 수술 실패 등으로 굉장히 많은 사망자를 내는 병원이란 걸 알게 된 후엔, 그들이 책임소재에 벌벌 떠는 점을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 병원에 다시 갈 생각은 전혀 안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