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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테크노밸리 서울안과

태클러 2018. 12. 3. 23:35

순전히 나의 개인적 경험이다. 이 때문에 영업에 지장이 있다고 들쑤시든 고소를 한다 하든 내 알 바 아니다.

난 다신 가고 싶지 않고, 오늘의 불쾌하고 황당한 경험을 기록해야 적어도 나 자신은 오늘을 잊고 다시 들르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기에 적는 것 뿐이다.


오늘 경험한 크고 작은 몰상식의 순간들은 다음과 같다. 사람의 일이란 무릇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니, 내 한정적 경험이 전부라 절대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상화된 그 병원의 일부 행태는 분명 반복적이고, 문제의식 없이 계속될 것이라 보이므로, 이 글을 읽는 제3자는 행여 자신에게도 유사한 일이 닥치지 않는지 유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별 일 아니라고 읽힌다면야 당연히 무시하면 그만이고.


휴가까지 내고 들른 이 병원은 동네에 몇 안 되는 안과 중 하나고, 그나마 평이 낫다는 얘길 들었다. (훗날 이 곳을 피해 다른 의원에 가면 대체 어떤 수준의 일이 벌어질까 사실 매우 걱정스럽다)


1. 안과 자체에 가는 일이 드물다 보니, 접수창구에서 내원 이력을 묻는 말에 "아마도 그럴 것"이라 답했다. 이름을 입력해 보곤 "오신 적 없네요"라길래 새로 개인정보를 써줬다.

접수를 마치고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갑자기 예전에 왔던 기억이 났다. 의사의 진료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 기분까지도 떠올랐다. 어쨌든 환자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는 곳이다.


2. 진료 대기 중인데 갑자기 시력 검사를 한다. 접수할 때 분명히 '눈에 다래끼가 나서'라고 답했는데. 다래끼라는 내 자가진단을 믿지 않더라도, 뜬금없이 시력 검사를 할 까닭은 없는 것이다. 해줘서 고마워 해야 하나? 심지어 굴절률 검사와 안압 검사까지 한다. 왜 하는지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나도 묻진 않았다.


3. 호명을 받고 진료실에 들어가니 어두컴컴한 곳에서 의사가 맞이한다. 예전의 진찰 때엔 시력이 갑자기 나빠져 이유를 알고 싶어 왔던 건데, 안구건조증 때문이라며 안약 주고 돌려보냈다. 내 기대가 지나쳐서 그런지 모르나, 몇 가지 되물으며 그의 어투가 귀찮음 때문인지 잘 알 수 없기 때문인지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진찰에서도 목적을 알 수 없는 장비로 눈을 계속 비춰보더니 시신경엔 문제가 없다 한다. 그래 그건 나도 알고 있다. 나의 첫마디가 "눈에 뭐가 나서요"였는데 다른 걸 뒤져보는 이유는 대체 뭘까.


4. 가장 충격적이었던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그는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만지던 그 오른손 (맨손이다) 손가락으로 내 눈을 주무르고 까뒤집기 시작했다. 아프냐, 어디가 아프냐, 여기가 아프냐, 굳이 물어보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이미 "통증이 전반적으로 제법 있다" 말한 내 말이 말 같지 않은 걸까? 비명이라도 질러줘야 할까? 염증으로 부풀어 올라 붉은 끼가 도는 윗꺼풀을 소독도 안 된 손가락으로 조물락 거리는 몇 초 간, 그의 턱을 후려 갈기는 상상을 했다.


5. 결국 그가 내민 진단은 다래끼였다. 아까 망막까지 비춰대던 짓으로 시신경 설명을 하더니, 원인은 눈꺼풀 구멍이 막혀서 그렇다 한다. 사진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면, 대체 내 눈은 왜 주물러 비벼대고 까뒤집은 걸까?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병원에 가기 전보다 더 빨갛고 크게 부풀어 있다. 그리고 "없다"고 답했던 가려움마저 조금씩 생겨났다.


6. 근래 아이들 때문에 자주 갔던 다른 병원 탓에 내 기대치가 높아진 걸 수도 있다. 처방한 약이 무엇인진 당연하게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먹는 약이면 되느냐 물으니 안약도 주겠다 덧붙인다. 뭘 바르고 먹는지 알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 고루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나이도 많지 않아 보이는데, 직종이 물들인 건지 원래 그런 의사인지 알 수 없다.


이 병원이 나쁜 병원이라 말하는 건 아니다. 이 의사가 형편없다 말하는 건 아니다.

그냥 나와 맞지 않는다. 내 사고방식이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이 시대 소비자로서 보편성을 어느정도 따르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 면에서 오늘의 경험은 참으로 기가 막혔다. 그에게 또다른 면을 보여줄 기회를 줘야 할까? 내게 그럴 의무는 없어 보인다.